사람이 떠난 의자에는 공허만 남아

육상수

자리(seating)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물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space), 몸이나 물건이 어떤 변화를 겪고 난 후 남은 흔적(tracks),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지정한 곳(place)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자는 이 가운데서 곳(place)에 한정해 제작된 기물로 자리의 형이하학적 구조를 지닌다.
 
‘자리의 인문학적 의미’
 
의자는 공간(space), 흔적(tracks), 곳(place)의 상징되는 자리(seating)를 수용한 물체적 시그널이다. 그런 이유로 위에 언급된 세 개념을 실행하는 몸체로서, 사용자의 삶과 행동의 역사성을 인문학적 구조로 치환하는 상징적 도구이기도 하다.
 
의자는 도구적 물질성만큼이나 상징적 의미를 가진 매우 독특한 가구 중 하나다. 다시 말해 의자라는 단순한 사용 목적의 이면에는 ‘아버지의 의자’와 같은 삶이라는 시공간적 비물질성도 내포하고 있다.
 
55년 동안 한 남자를 사랑한 ‘의자 수리공’ 여인의 이야기의 기술한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소설 ‹의자 고치는 여인›, 그리고 버려진 의자처럼 자신의 삶이 비천하다고 생각하는 가구점 사장 딸, 물질만능주의 가구점 사장, 도서관 의자에 마음 뺏긴 젊은 남자, 고가의 의자를 과소비 하는 남편을 이해 못하는 아내의 이야기 등의 4가지 에피소드로 구성한 연극 ‹의자는 잘 못 없다› 또 고립된 섬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권태와 외로움 그리고 망상과 폭력성 그 후의 다시 공허를 연기한 연극 ‹의자들›이 바로 실체적 의자 그 이상의 문학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소설집 ‹인간의자›는 의자라는 공간에 숨어든 주인공이 타인의 공간에 침투해 일거수일투족을 훑어내리는 공포의 카타르시스를 담고 있다.
 
“제 전문은 의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제가 만든 의자는 아무리 어려운 주문을 한 손님이라도 무조건 마음에 들어 하기 때문에, 많은 거래처에서 저를 잘 봐주고 좋은 일만 안겨주었습니다. ‘좋은 일’이라 하면 등받이나 팔걸이에 어려운 조각을 넣는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주문이 있기도 하고, 쿠션의 종류나 각 부분의 치수 등에 세세한 취향을 반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특별 주문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보 직공은 상상하지도 못할 고민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고심하면 할수록 의자가 완성되었을 때 얻는 유쾌함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이 커집니다. 감히 비유하자면, 그 느낌은 예술가가 훌륭한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에 견주어야 할 정도입니다.” - 기능적 의자
 
“드디어 완성된 의자를 보고 저는 이전까지 느껴본 적 없는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넋을 놓고 볼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의자였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랬듯이 네 개가 한 세트로 구성된 의자 중 하나를 해가 잘 드는 마루로 가지고 나가서 편안히 앉아봤습니다. 그 느낌이 얼마나 좋던지! 부드럽게 몸을 감싸주며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쿠션의 탄력, 굳이 염색하지 않은 회색빛 원단을 이어붙인 가죽의 감촉, 적당한 경사를 유지하여 가만히 등을 받쳐주는 꽉 찬 등받이, 섬세한 곡선을 그리며 볼록 솟아 있는 양측의 팔걸이, 그 모든 것이 신기한 조화를 이루며 혼연일체가 되었습니다. 마치 ‘안락함’이라는 단어가 형태를 갖춰 눈앞에 나타난 것만 같았습니다.” - 정서적 의자
 
“저는 서둘러 네 개의 의자 중 가장 완벽하게 완성된 팔걸이의자 하나를 모조리 해체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의자를 저의 이상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알맞은 모습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커다란 팔걸이의자였는데, 앉는 부분이 바닥에 닿을 법한 지점까지 가죽이 둘려 있고, 등받이나 팔걸이가 상당히 두꺼웠습니다. 그 안에 사람이 한 명 숨어 있어도 바깥에서는 절대 모를 정도로 커다란 동굴이 있는 셈이었지요. 물론 의자 안에는 튼튼한 나무틀과 많은 스프링이 있었는데, 저는 그것들을 적절히 손봐서 사람이 앉는 부분에 무릎을 집어넣고 등받이 안에 상반신을 끼워서 사람이 정확히 의자 형상으로 앉으면 그 속에 숨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 목적성 의자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제가 행한 이 기묘한 행위의 첫 번째 목적은 사람들이 없는 틈에 의자에서 빠져나와 호텔 안을 돌아다니며 도둑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자 안에 사람이 숨어 있다니, 그런 멍청한 짓을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저는 그림자처럼 자유자재로 이 방 저 방을 헤집고 다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질 즈음이면 의자 속 비밀 공간으로 도망쳐서 숨죽이고 그들이 도둑을 찾는 멍청한 행동을 지켜보면 되는 것이죠.” - 욕망의 의자
 
한 소설에서 하나의 의자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완전히 다른 기능과 용도로 해체, 재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의자라는 도구가 한 남자의 목적에 의해 자신의 인생 골격까지 감당해내는 사물로서 그 역할과 목적은 상상을 초월하는 문학성을 상징한다.
 
‘자리에서 의자 다시 의자에서 자리로’
 
자리(seating)가 사람의 역사를 기록하는 은유의 무형이라면, 그것을 실체적으로 구현한 사물이 바로 의자(chair)다. 하지만 좌식 문화로 이어진 한국인에게 의자는 10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때문인지는 몰라도 불행하게도 우리는 세계적 의자나 그것을 만든 디자이너를 얻지 못했다.
 
의자의 구조, 형태, 재료, 기술, 디자인 등은 서양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궁색한 제안일 수도 있겠으나 실용성으로부터 잉태한 서양식 의자보다, 방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일어나 의자로 향한 우리의 문화적 상상력이 앞으로 의자 디자인에 있어 더욱 풍부하게 피어나지 않을까 조심히 예견해 본다.
 
의자는 그 기능에 따라 스툴, 벤치, 소파 등으로 나뉘지만 그 역할은 모두 몸을 의지하는 기능에 종속된다. 하지만 오브제적 의자는 기능의 제약에서 벗어나 사물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작가의 세계관, 정서, 물질성, 구조, 형태의 자유분방함이 유독 의자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자리(seating)에서 이어지는 의자만이 가지는 독특한 인문적 정서와 입체 구조에 있다.
 
아카이브 시팅서울(seating seoul)은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만든 의자의 기록 창고이면서 동시에 자리(seating)가 의미하는 사람의 시공간과 흔적, 장소를 용해해서 저장한 디지로그(digilog) 서브이기도 하다.
 
사람이 떠난 의자에는 쓸쓸한 공허가 내려앉는다. 용도가 폐기되지 않는, 그래서 누군가의 무거운 몸을 수용하고, 공간을 구성하고, 일상의 역사를 기록하는 그 모든 과정에 가구 디자이너의 시대적 책임이 동행한다. 시팅서울(seating seoul)은 의자 디자인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삶의 궤적을 일구는 실존의 공간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팅 서울, 의자의 자리는 어디인가

김상규

‹시팅 서울›전을 보기 위해서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쳤다. 문화역서울284에 가려면 피할 수 없는데 어느 방향에서든 섬 같은 서울역 광장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소음 가득한 광장에 몸을 의지한 사람들 곁을 지나서 섬 속의 섬 같은 전시장에 다다랐다. 대유행 상황이라 관람객은 광장에서 유리 너머로 전시된 의자들을 봐야 했다. 운 좋게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유리 너머로 조금 전 지나쳐온 광장의 사람들이 보였다.
 
전시장의 의자는 앉는 사람이 없고 유리 너머 사람들은 마땅히 앉을 데가 없다. 단절된 작은 공간에 자리 잡은 이 의자들은 한창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창작한 것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익히 아는, 어쩌면 남부러울 것 없는 특별한 의자들이다. 하지만 해외의 이름 있는 의자들에 비하면 아직 사람들 눈에 익지 않았다.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유리로 나뉜 두 세계가 달라 보여도 안이나 밖이나 자기만의 자리가 필요하긴 매한가지였다.  
 
‹시팅 서울› 프로젝트는 이 도시 창작자들로부터 탄생한 의자들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니 그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의자에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니 이상하게 들릴 법 하다. 이 프로젝트의 공동 기획자인 소동호, 송봉규, 양정모가 밝힌 것처럼 ‘서울 태생’이라고 할 만한 의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수준이 되었고 한 자리에서 그것을 확인해 볼 때도 되었다. 2000년 이후에 디자인된 의자 중에서 1차로 100개를 수집했으니 적지 않은 수다. 지난 이십 년간 주목할 만한 결과물도 쌓였으니 뛰어난 감각으로 멋진 의자를 디자인할 수 있고 솜씨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전시된 일부 의자만 보더라도 빼어난 디자인인데 이렇게 디자이너들이 직접 나서서 수집하고 알리는 것을 보면 그에 걸맞은 반응을 얻지 못한 상태다. 의자의 완성도나 매력이 부족하거나 사람들의 안목 부족한 탓일까? 이유는 다른 데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자 자체가 너무 간절하기 때문이다. 앉을 곳이 없고 마음 편히 앉기가 어려워서, 의자를 찬찬히 보고 그것의 의미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흔히 의자를 달라는 것은 일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에 ‘의자의 비치’라는 항목이 있을 정도다.(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한편, 초대받은 자리임에도 빈 의자로 남은 경우가 있다. 2010년 12월 10일에 열린 노벨상 시상식의 빈 의자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류사오보(劉曉波)를 위한 자리지만 중국 정부가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친인척을 모두 출국 금지했기 때문에 그 의자에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가 놓였다. 같은 해 칸 영화제에도 빈 의자가 있었다. 이란의 영화감독인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앉아야 할 의자였다. 반체제 활동 혐의 때문에 20년간 영화 관련 활동 및 출국,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으나 역시나 출국이 허락되지 않았다.
 
빈 의자들은 안타까움과 항의의 표시였다. 그렇다면 시팅 서울의 ‘빈 의자들’은 무엇일까. 독특하게 입자들을 고착시킨 최성일의 ‹Random Stool›, 소재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익숙한 비례감을 잡아낸 서정화의 ‹Material Container›, ‘초경량’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김기현의 ‹1.3 chair› 등 무엇 하나 놓치기 아까운 이야기가 의자마다 담겨 있다. 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 위의 비어있는 부분, 그리고 마치 행간처럼 의자 사이에 감도는 그 무엇이 내내 신경 쓰였다.
 
그동안 많은 디자이너와 공예가, 건축가, 엔지니어가 도전했음에도 당신이 눈을 감고 의자를 생각하면 서울 태생의 의자가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집이든 일터든 늘 앉는 의자를 생각해봐도 서울 태생의 의자보다는 아시아 어느 나라의 저임금 노동으로 생산된 의자가 더 많을 것이다. 어지간한 상업공간이든 공공장소든 한스 베그너, 알바 알토, 아르네 야콥슨이 디자인한 의자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아시아의 어느 나라에서 만든 이름 모를 의자들로 가득하다. 자유로워 보이는 업무 공간을 자랑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감각 있는 스튜디오에서 유명한 ‘오리지널’ 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태생인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의 의자들은 그 ‘오리지널’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시팅 서울에 아카이빙된 의자와 그 디자이너를 보면 오늘의 미디어를 장악한 유튜브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기와 노래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서울의 의자에 필요한 것은 연기력보다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 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일 수 있다. 전형적인 건축이 땅에 기반을 두듯이 디자인된 의자도 토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대이기도 하고 자리이기도 하다. 미학적으로나 실험적인 측면에서 탁월한 오브제라면 전시에 초대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감동을 주거나 몹시 친근해서 늘 곁에 두고 싶은 어떤 것으로 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개별적인 오브제로서 의자에 대한 평가와 그것이 지닌 힘은 다른 차원이다. 그 힘은 개개의 의자 자체의 의미와 가치를 넘어서 의자와 의자 사이, 그리고 앉는 부분이 말해주는 분위기이고 의자들과 주변을 연결시키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시팅 서울›이라는 이름의 아카이빙이 그런 역동성을 만들어 준다면 어떨까. ‘의자’가 아닌 ‘시팅’이라는 동사를 썼으니 말이다.  
 
이 글에서 의자 자체를 둘러싼 역사와 사회문화적 의미를 이야기하고 그것과 시팅 서울을 연결시켰다면 흥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격리되고 비어있고 불안한 시절이라서 ‘의자’, ‘앉음’보다는 사람이든 의자든 자리를 얻지 못하고 부유하는 이미지가 오래 기억된다. 사람 없는 전시장에 빼어난 의자들의 도열을 보면서 느낀 기묘한 감정은 비단 대유행 시기의 풍경으로만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디자인, 제작, 창작이 정당한 평가를 받으며 이 의자들도 자리를 잡으려면 할 일이 많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젝트 인터뷰

매체명

Seating Seoul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BK - 개인적으로 몇가지 계기가 있는데 2019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디자인 박물관에 방문 했을때 동시대의 의자들을 아카이브 한 것을 보면서 서울에서도 이제 서울에서 디자인한 의자들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물, 디자이너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Vitra에서 최근에 발행한  Atlas of Furniture Design 이라는 책의 비트라의 컬랙션을 보면서 언젠가는 서울의 디자인 의자들이 동시대성을 가진 자료로써 잘 아카이브가 된다면 디자이너와 콜렉터(소비자) 모두에게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JM - 해외 가구 브랜드 및 빈티지 가구, 이케아 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의자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과 안목이 높아졌고 최근에는 국내 디자이너, 작가의 의자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의자 디자인을 수집해 온/오프라인으로 소개하고 창작자와 소비자를 보다 쉽게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지금’, ‘서울’에서 만든 ‘의자’에 주목했는지 궁금합니다.
 
BK - 몇 년 전부터 서울의 리빙 씬에서 불고 있는 북유럽 가구의 열풍 이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각자의 취향이 좀 더 반영된 새로운 리빙 제품이 필요할 것이고 그중의 하나가 서울에서 디자인된 디자이너들의 의자들의 가능성, 좀 더 멀리는 해외에서 서울의 디자인 씬을 바라볼때 중요한 사료로써의 기능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DH - 한국 가구 디자이너의 약진이 두드러진 시기가 최근 10년 전부터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봐오면서 몇 해 전 부터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카이빙되어 있을 때 그 힘이 커지고 더 많은 기회와 소비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서울’은 우리를 한데 모아주는 상징적인 역할로서 힘이 있고, 의자는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관심사이다. 한 국가 혹은 도시의 디자인 수준을 가늠해볼 때 빠질 수 없는게 ‘의자’이기 때문이다.
 
Seating Seoul에서 보여준 의자는 형태, 소재, 기능이 각양각색입니다. 아카이브를 하면서 특별히 정한 기준이 있었나요?
 
BK - 특별한 기준은 없고 2000년 이후에 디자인된 의자들을 주목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의자를 아카이브를 하려고 하고 있다. 2000년 이후의 발견될 수 있는 일종의 동시대성 같은 것이 있는지가 최소의 가이드 라인이다.
DH - 아무래도 아카이빙 하는 과정에서 세명의 취향이 알게모르게 반영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기능이나 재료, 형태 등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개인적으로는 의자에 사용된 재료와 소재의 동시대성과 오리지널리티에 주안점을 두었다.
JM - 최대한 다양하게 아카이브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명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작되는 의자를 관심있게 본다.
 
여러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참여했습니다. 어떻게 모이게 되었으며, 각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BK - 처음에 혼자서 조금씩 자료를 모으다가 아카이브 관련해서 양정모 디자이너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양정모 디자이너의 소개로 소동호 작가님이 합류를 해서 현재의 팀이 만들어 졌다. 올해 1월 겨울에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히 맡고 있는 역할은 없고 전시나 상황에 맞춰 그때, 그때 마다 업무를 적절히 나누어서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은 홍은주 김형재 디자이너가 해주고 있는데, 아카이브관련 웹사이트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으신 것을 예전부터 봐오고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저희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였다.  
DH - 양정모 디자이너의 소개로 작년 12월 송봉규 실장님과 셋이 만났다. 느슨하고도 긴밀히 만남을 이어가며 아카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각자 나누어 맡은 역할은 없지만 셋이서 의견을 나누며 아카이빙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송봉규 실장님은 웹 아카이브에 토대를 만들며 그래픽디자이너와 소통했고, 양정모 디자이너는 이번 TMO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나는 의자 섭외를 맡아 진행하며 참여 작가와 소통했다. 이외에 작고 많은 일들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JM - 작년 10월에 BKID 오픈 스튜디오에 방문해 송봉규 실장님과 아카이브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이후 소동호 작가님을 소개해 세명이 팀을 이뤘다. 의자 아카이브는 셋이 함께 하고 있고 그 외에 일들은 상황에 맞춰 각자 경험을 토대로 업무를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Seating Seoul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서울의 리빙 디자인 경향’은 뭔가요?
 
BK - 현재까지는 탐구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몫은 바라보는 관람자의 머리속에 그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예전에 60개가 넘는 의자들을 깔아놓고 3명이서 같이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각자의 머리속에 무엇인가 이게 서울(한국)의 디자인 아닐까 라는 아련한 이미지가 몇가지 떠오르기는 했었다. 
DH - 아카이빙을 하면서 의자 카테고리의 다양성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스툴이나 다이닝 체어는 많은데, 벤치나 소파, 라운지 체어, 락킹 체어 등은 현저히 부족한 느낌이다. 대체로 독립디자이너나 소규모 스튜디오 작업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이를 리빙 디자인 경향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현재까지 의자의 기능적 역할 보다는 소재 중심의 미니멀리즘의 경향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 
JM - 아직까지는 최대한 다양한 의자를 아카이브하고 소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료가 어느정도 쌓이면 제작연도, 소재 등 여러 카테고리로 나눠보며 경향을 파악해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의자 3개만 꼽아주신다면?
 
DH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16개의 의자는 개별적으로 특별하기도하지만 전시장 안에 16개 의자가 함께 있을 때의 조합과 구성의 완성도를 보았다. 주목할 만한 3개를 꼽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소개하는데 참고를 하신다면, 김현성 작가의 Brass Chair의 경우 이번 전시를 위해서 새로 디자인된 의자다. 이전 Brass Chair와 조금씩 다른 형태의 디테일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BK-  모두가 개성이 있고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중 3개만 꼽으라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문석진 디자이너의 Curvature-Chair, 이재하 디자이너의 Wedge Chair, 이학민 디자이너의 Paw Bench가 인상 깊었다.
 
Seating Seoul은 디자이너-생산자-사용자-컬렉터를 연결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Seating Seoul  - 제조 공장과 이야기를 해보면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았고, 또한 최근에 만나본 몇몇 건축가들은 새로운 가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해외의 디자인 매체와 디자이너들은 서울의 생동감 있는 디자인 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의자라는 아이템으로 연결할 수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Seating Seoul 온라인에 디자이너들과 의자들이 잘 아카이브되어 있다면 생산자들과의 네트워크도 한번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으로 아쉽게도 윈도우 전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혹 앞으로 다른 곳에서 전시를 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Seating Seoul  - 지금은 전시후 바로 온양 민속 박물관으로 의자 몇개를 더 추가해서 전시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몇 몇 아트페어와 미술관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1년에 1번정도 그해에 새롭게 발표된 의자들을 소개하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Seating Seoul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예정인가요? 그렇다면, 앞으로 계획된 다른 프로그램이 있으신지요?
 
Seating Seoul  - 원래는 웹사이트로 2000-2020의 의자들을 아카이브를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는데 기회가 생겨서 서울역 TMO에 전시를 하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온라인 아카이브를 좀 더 촘촘하게 하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약 100개정도의 의자가 아카이브 진행중에 있고 빠르면 올해안 내년 초에는 아카이브 중심의 웹사이트를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전시, 출판등의 관련된 프로젝트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어드바이져 분들과도 관련된 조언을 많이 듣고 있는데 김상규 교수님, 구병준 대표님, 육상수 대표님에게 앞으로의 아카이브에 대한 방향과 확장된 개념으로써의 아카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